본문 바로가기

나홀로여행

저 홀로 겨울을 준비하는 오대산을 만나다-첫째마당

혹여 가을의 자락이라도 남아있으면 그 눈요기라도 취해보고 싶었지만, 10월 21일 때 늦은 가을 찾아간 오대산을 겨울을 준비하기에 바쁜 수목들의 겨울나기 준비 자세로 바빠만 보였습니다.  진고개에 내려 노인봉을 향하는 무수한 산객들을 보면서...아 오대산 환종주 능선의 가을이 아직은 있겠지 싶었지만...역시나 오대산은 반바퀴 쯤 계절이 빠르게 지나 가더이다. 종주 능선 곳곳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등산로를 가득 채운 떡갈잎...지난 해 흔적인지, 불과 오늘 아침에 떨어진 흔적인지...

도무지 구분 안되는 환종주 능선 곳곳마다 계절은 이미 저 만큼 지나갔더니다. 그렇지만 참으로 좋았던 기억은 정말도 조용하고 아늑하고...

종주 능선 어느 곳에서도 산객의 등에 떠밀려 가지 않고도 이 가을 저물어가는 계절을 무수한 나무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었나..눈에 띄는 것은 나무고, 샷에 남은 것도 나무들의 자태뿐이네요. 

근 한 달을 술독에 빠져있다보니 산행시간도 두어배 쯤 늘어지긴 했어도 지루하지 않게 겨울을 준비하는 수목들의 늦가을나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 번 오대산 환종주 코스는 진고개-동대산-차돌백이-신선목이-두로봉-두로령-상왕봉-오대산 비로봉-적멸봉궁-중대사자암-상원탐방지원센터로 약18km, 산행시간은 점심시간 포함 6시간 걸렸네요...

진고개에서 도상으로 대략 1.4km정도로 기억되네요..고도상으로는 400여m쯤 되려나 그리 가뿐 코스는 아닌 듯 합니다. 다만 서울에서라 출발하면 대략 3시간 정도 버스에 눌러 앉았다 산행을 바로 시작하려니 몸이 아직 달궈지기 싶지는 않을 높이이긴 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향후 오대산 환종주를 하기에는 이제 겨우 들녘인지라 이 정도도 쉬지 않고 곧바로 치올라야 겠지요..치악산 상원계곡 코스보다는 짧은 오르막과 진고개에서 치받아 오르기에 고도차도 그리 심하지는 않네요.

지난 주 오대산 단풍의 끝자락을 보러온 산객들이 능선을 다 채웠다더니..이미 시간이 지남은 계절의 뜻인지라 겨울을 준비하는 수목들의 겨울나기 준비로 밖에는 보이지가 않네요. 뭐 큰 기대는 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너무 이른 겨울나기 채비에 내심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안내산악회를 통해 오대산을 갔지만 저 마다의 페이스가 다르다 보니 나는 나대로 내 페이스를 따르다 보니, 능선을 타면서 별 포즈를 다 취해도 봅니다. 기실 나 홀로 산행을 한 한 지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방치했던 몸이기에 ....

이미 잎이 다 떨어진 이후라 오히려 좌우에 조망을 더 시원한 편이기에...가끔씩 멀리 강릉시가지도 보이고 지나온 등 뒤로는 황장산의 자태로 수려하게 보입니다. 아직 강능을 향한 아랫쪽 능선은 단풍이 한 창이네요.

사람이나 나무나 제 주변 것들을 다 떨구고 나면 오히려 그 자체로 더 믿음직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 번 오대산 산행중에 나무들이 잎사귀를 다 떨궈낸 본연의 모습을 너무도 친근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듯 싶습니다.

물론 내 자신을 돌아보기에는 너무도 부끄럽지만...

요것이 오늘의 점심...아니 늘 나 홀로 산행중의 요기거리입니다. 나머지 스토리는 둘째마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