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시작 첫날 관악산, 바로 이틀뒤 토요일 북한산을 젬마와 함께 하고 난 후 3월6일 한가로운 화요일을 맞아 나 홀로 산행에 나섭니다. 목적지는 가평 명지산.. 가을에 오르면 참으로 단풍이 화사한 산이건만 이도 저도 아닌 때에 나 홀로 찾아갑니다. 뭐 워낙 한적한 곳을 좋아하니 산객이 드믄 이날 경기도 제2봉인 명지산을 홀로 오르기엔 제격이겠지요.
명지산 나 홀로 산행코스는 초입에서 바로 사향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타고 명지1봉-명지2봉으로 잡았습니다. 하산코스는 명지2봉에서 백둔봉을 경유하여 능선을 타고 익근리주차장으로 날머리를 잡으려 하였으나 계획과는 달리 명지2봉이후의 코스에는 쌓인 눈이 너무 많아 제대로 등산로를 찾을 수 없기에 명지2봉에서 계곡코스로 내려와 명지폭포-승천사-주차장으로 하산하였습니다. 전체 14km코스를 휴식시간 30분 산행시간 6시간으로 주파~무릎위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어렵사리 등산로라 여기며 명지2봉에서 명지계곡으로 하산..참으로 힘겨웠던 산행~! 젬마와 함께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익근리 주차장에서 100여미터를 오르자 마자 곧바로 오른쪽 사향봉 등산코스로 진입합니다. 목계단을 조금 오르면 임도와도 같은 길이 아오는데..아마도 잣을 따기 위한 길이겠지요. 맞은편 백둔봉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오고 가평 잣나무 숲이 이어집니다.
등줄기로 땀이 흥건이 흘려나리려 할 즈음 사향봉 능선에 올라서게 되네요. 이후로도 계속되는 급한 오르막 코스에 진땀을 흘려야 했답니다. 가파르고 지루한 능선길에서 땀도 식힐 겸 잠시 잠깐 호흡을 가다듬을 때마다 등 뒤로는 화악산이, 좌측으로는 백둔봉 산줄기가 시원스레 눈에 들어옵니다.
익근리 들머리이후로 처음로 올라 선 봉우리에서야 사향봉이 그 모습을 조금 들어내네요.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 기필코 다시 오리라 홀로 약속하며 계속 사향봉을 향합니다.
젬마가 없으니 영 속도조절이 되질 않습니다. 막간에 셀카도 찍어가며 호흡을 가다듭어 봅니다.
영 어설픈 셀카놀이...그렇게 헐레벌떡 사향봉에 올랐습니다. 비밀인데...셀카로 자신을 찍으면 글자가 거꾸로 나온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사향봉에 오르니 명지1봉과 명지2봉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블랙커피 한 잔이 간절했지만 일단 명지1봉 정상에서 마시기로 하고...아이젠을 장착 속도를 올려봅니다.
아이젠을 장착했으면서, 스패츠는 왜 안 했을까요..하산하고 나서도 제 스스로도 이해가 안갔습니다. 배낭 맨아래에 고이 접어 넣어두어 꺼내기도 쉬운 데도...아 어리석음이여!
칼바람에 휩쓸려 능선에 날을 세우듯 쌓인 눈밭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기를 몇 차례, 암봉을 우회하다 등산코스를 조금씩 이탈했다 복귀하기를 몇 차례...뭐 멋진 컷은 생각도 못했네요. 다만 가끔씩 '왜 나는 여기 있고, 언제까지 이 힘겨운 산을 올라야 하는가' 등등의 참물음만이 머릿속에 가득...
맑고 화사한 햇살에 상고대가 고드름으로 녹아 떨어져 내리는 상고대터널을 지나 명지1봉에 올라섭니다. 정상에서 오늘 나 아닌 다른 산객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명지산을 몇 차례 올랐는데, 오늘처럼 맑고 시야가 확 트인 경우는 처음이라고...."
그랬습니다. 동쪽으로는 석룡산과 화악산이, 그 뒤로는 멀리 아스라이 백두대간이 흰눈에 쌓인 모습으로 서 있고, 남쪽으로는 연인산과 칼봉산, 그 뒤로 용문산이 흐릿하지만 확연히 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바로 건너편 운악산과 아래녘으로 축령산, 천마산이 지척인듯 선명하게 서 있고, 북으로는 백운산, 국망봉, 민둥산, 강씨봉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사진 기술이 부족한데다 갤럭시 중저가 폰인지라 더 높은 퀄리티로 컷을 담지는 못하였지만...명지1봉에서 셀카로 인증을 하고 명지2봉으로 향하는 계단 우측 바위에 자리를 깔고 혼밥~컵라면과 스낵, 블랙커피!
염색도 좀 하고 면도도 좀 하고 올 걸 그랬습니다. 몰골이 저렇게 너저분하리라 생각을 못했네요. 시원한 조망을 감상하며 한 참을 쉬면서 체력을 올리고 명지2봉으로 향합니다. 명지2봉을 향하는 능선코스는 명지1봉을 오를 때보다 재미가 있네요. 지루한 맛도 덜하고 시계도 멀리 트여 있고, 계단도 좀 있고, 무릎 높이 까지 쌓인 눈으로 엉금엉금 기어야 지날 수 있는 나무터널도 좀 있고...
가끔씩 명지1봉에서 만난 산객이 걱정되어 뒤도 좀 돌아 봅니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산객이 영 눈에 거슬려서...햇살에 후두둑 떨어지는 상고대 터널을 지나..
갈림길에서 바로 명지2봉으로 오릅니다. 최근 눈이 내린 이후 아무도 지나질 않았나? 어디가 등산로인지 도통 분간이 안되는 30미터 길을 어림짐작으로 조심스레 올라갑니다. 무릎이상, 간혹가다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그렇게 명지2봉에 올라섭니다.
거기까지가 오늘의 명지산 웃음꽃 피우던 산행이었고요...명지2봉에서 주목 비스므레한 고사목 옆으로 내려서는 하산코스는 그야말로 눈길이었습니다. 갈림길에서 명지2봉을 오르면서 예상했어야 했는데..도무지 좌우가 판단이 안되고, 앞으로 더 내려가자니 허벅지 가까이 빠지는 눈길이요, 뒤로 돌아 올라가자니 한 숨만 푹푹 내쉬게 되는...진퇴양난! 게다가 정상에서 만난 산객은 아이젠도 스패츠도 스틱도 없네요. 졸지에 만난 산동무와 별도로 코스를 밟기도 어려운 상황...
그렇게 계곡코스까지의 40~50분에 걸친 눈길 사투! 차라리 명지1봉으로 회기하여 하산할 것을..후회막심을 수 십 차례 해가며~뭐 사진 한 컷 담을 여유가 없었네요. 드문드문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등산로 표시를 겨우겨우 찾아가며 계곡에 도착!
정상에서 만난 산객이 도착하길 5분여 기다렸다, 생사만 확인하고 계곡코스를 내달리듯 하산합니다. 명지폭포가 나발이고~등산화는당연, 양말에 무릎 아래 바짓단이 흥건합니다. 최근 몇 년 새 최악의 산행으로 기록합니다. 당초의 계획대로 백둔봉 능선코스를 탔어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으려나?
봄은 오는가 봅니다. 5km의 명지계곡 곳곳에서 얼음장 밑으로 쉼 없이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우렁찹니다. 가을 명지산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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